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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할리우드 자본으로 만든 최초의 작품. 영화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이름 '레베카'는 영화 속에 등장하지 않아 흥미롭다. 우연히 알게 된 맥심 드 윈터의 후처가 된 미국여성이 저택 구석구석까지 잔재해 있는 전처 레베카의 잔영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투가 영화의 포인트. 이상하리만치 죽은 아내 레베카에 대해 의심쩍은 태도를 취하는 드 윈터의 내막이 밝혀지며 영화 흐름은 급가속도를 탄다. 드 윈터 역에는 세기의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맡아 최상의 연기로 어필한다. 죽은 여성과 산 여성 사이의 보이지 않는 대결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치밀하게 여성심리를 묘사한 히치콕 스타일의 서스펜스 스릴러. 원작은 3류소설이지만, 그런 소설이 오히려 영화적으로는 더욱 뛰어난 작품이 된다는 교훈을 남기기도 했던 영화이다. 뛰어난 완성도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탔는데, 히치콕으로서는 유일한 수상작. 또한 눈에 확 띄는 점은 멋진 악역의 연기. 사악한 가정부 댄버스 부인으로 출연한 주디스 앤더슨의 연기는 일품이다. 이후 악녀 연기의 교과서적 모델이 됐다고 할 만큼 그녀가 검은 옷을 입고 예측불허의 곳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은 매우 공포스럽다.



미국여성의 나레이션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평범하고 수줍음 잘 타는 미국 여성(조안 폰테인)이 몬테 카를로에서 다소 뻣뻣한 고용주 맥심 드 윈터(로렌스 올리비에)를 만난다. 몇년 전에 아내 레베카를 사별한 부유한 신사 맥심은 아직도 전처를 잃은 슬픔에 고통스러워하는 듯하다. 그렇게 다소 불안정한 심리 상태의 맥심과 미국 여성은 사랑하게 되고, 결혼한 후에 콘웰에 있는 대저택 '만다레이'로 돌아온다. 그런데 두번째 드 윈터 부인은 보이지 않는 압력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즉 대저택은 아직도 죽은 전처 레베카의 짙은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던 것. 집안일을 책임지는 가정부 댄버스 부인은 그녀를 미칠 지경의 노이로제 상태로 몰아간다. 하지만 남편 맥심은 자신의 심적 고통 때문에 미처 아내에게 신경 써주지 못한다. 마침내 드 윈터 부인은 가정부의 살벌하고 냉혹한 모습에 기가 질려 두려움에 떨고, 그들 부부의 결혼 생활은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을 지배하는 '만다레이' 저택에는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즉 사고로 죽은 줄 알았던 아름다운 전처 레베카는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던 심각한 공주병 환자였고, 그런 나르시즘에 지친 맥심에게 자기의 살인 혐의를 뒤집어 씌운 채 자살했던 것. 이 놀라운 진상을 법정에서 알게 된 부부는 화해하지만, 레베카의 복수의 화신인 가정부 댄버스 부인은 파멸한다.